15. 마이티 – 에필로그

Last updated on 2023. 12. 23.

이 글은 그냥 마이티에 대한 개인적인 글입니다. 일기와도 같은 글인데…이야기를 모아서 맺음말을 써 보려고요.

저는 마이티를 2004년도에 처음 배웠네요. 어느 날 심심해서 글을 검색하다가 어떤 보드게임 동호회 모임을 나갔습니다. 신입회원의 긴장되는 첫 모임! 자기소개도 하고 몇 가지 보드게임을 하고, 그날 저녁 마이티를 배우게 되었습니다.

마이티의 첫 이미지는 ‘어? 보드게임인데 트럼프 카드를 사용하네.. 재미있을까?’ 이런 느낌이었죠. 그런데 결국 마이티로 밤샘 게임을 할 정도로 너무 재미있게 게임을 해서 집에 와서도 마이티를 바로 검색; 마이티 프로그램 찾고 컴퓨터랑 혼자서 연습도 많이 했던 기억이 나네요. 종종 보드게임방 알바하던 친구들과 모여 마이티를 하며 지냈습니다.

그렇게 한 1년 반 정도 기본기에 충실한 마이티를 쳤었는데…마이티의 가장 어려운 점은 역시 사람 5명 모으기가 힘들다는 거지요. 그래서 마이티를 검색하다가 마이티클럽 이라는 곳을 알게 되었죠. 온라인 마이티를 칠 수 있는 곳인데 오래전에 사이트가 문을 닫아서 이젠 사라진 곳입니다. 마이티클럽에서 가끔씩 마이티를 쳤는데 개인적으로 여기서 굉장히 많은 전략을 배우게 되었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기루다 A부터 돌리지 않는 이유를 여기서 배운 것이지요. 어찌나 고수들이 많은지 세상은 참 넓습니다.

보드게임 모임에서의 마이티의 입지는 별로 좋지 않았습니다. 사실은 금지게임으로 지정될 정도였죠. 이유는 마이티의 중독성(?) 때문이었습니다. 한가지 보드게임이 끝나면 인원도 바꾸고 이것저것 다양한 게임을 하면서 사람들끼리 교류하고 결국 모임도 커지고 신규회원 유입도 생기고 해야 하는데 마이티를 치면 마이티 맴버가 고정되고 마이티만 하게 되어 교류가 안 생깁니다. 결국 따로 모임을 하게 되죠. 제가 오프라인 모임에서 잠깐 밥 먹는 시간 포함해서 한 테이블에서 가장 오랫동안 마이티를 친 게 25시간 정도였으니깐요. 그동안 맴버가 거의 바뀌지도 않고 나중엔 우리 5명 빼곤 사람들이 다 집에 가고 없죠.

이것도 에피소드가 있는데 원래는 밤샘하고 아침 일찍 집에 가려고 다들 나왔는데 밤새 눈이 너무 많이 와서 다들 “야 뭘 집에 가냐 좀 더 치다 가자” 해서 그대로 몇 시간을 더 친 기억이 있네요.

그러다가 세월이 흘러 2009년 저도 첫 직장 들어가서 일 배우느라 정신없이 보내고 마이티는 잘 못 치게 되었습니다. 온라인으로만 거의 하다가 어느 때쯤부터 마이티클럽에선 의무 주공+의무 노기루다가 유행했었지요. 첫 턴 패스할 수 없고 노 기루다 의무로 치는 것. 이거 때문에 한동안 마이티클럽도 안 가게 되었지요. 그러고 기억이 나서 한참 뒤 다시 접속해 보니 사이트가 사라짐. ㅋ

결국 회사사람들을 꼬셔서 마이티도 몇 번 쳤는데 생각보다 모임이 오래가지 않더라고요. 일 끝나고 잠시 짬 내서 카페 한구석에서 치는 정도였고 주말에 모여서 치는 것도 제안했는데 다른 사람들은 그 정도로 좋아했던 것은 아니었네요. 그러다가 회사 일도 어느 정도 익숙해지고 저도 가정도 꾸리고..뭐 그렇게 살았습니다. 지금은 아주 가끔 동호회를 나가 마이티를 치는 정도네요.

짧지 않은 세월을 친 거 같네요. 1만 시간의 법칙…이라는 게 있잖나요. 마이티의 성공(?) 이런건 아니지만; 어찌 되었든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칠까? 나름대로 고민도 많이 했고 이젠 나의 지식을 조금 나눌 수 있는 위치에는 온 거 같네요. 마이티를 통해 다양한 사람을 만나서 참 좋았고, 개인적으로 재미있었던 점은 마이티를 몇 번 치다 보면 그 사람의 성격 대부분이 나옵니다. 뭔가 고민할 때, 런 났을 때, 엄청 맞았을때, 뭔가 숨기고 있을 때 표정, 성격 이런 거 금방 드러납니다. 어쩌면 나랑 성격이 잘 맞는 사람인지 까지 파악될지도 모르겠습니다.

@Pixabay

마이티 관련 글은 생각나는 데로 계속 업데이트 해보려고 합니다. 요즘에도 마이티를 계속 치고 있으니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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