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st updated on 2023. 07. 05.
당근마켓에서 마음에 드는 물건을 싸게 살 수 있어서 좋은 기억이 몇 번 있었습니다. 그래서 자연스레 동네 생활이라든지 다른 기능도 관심이 가서 이것저것 살펴보곤 했었죠.
21년 여름에 있었던… 지난 이야기를 해 볼까 합니다.
당근마켓에 어느 날 동네 근처에서 ‘보드게임 하실 분?’ 이란 제목으로 같이 보드게임할 사람을 모집하는 글이 올라왔습니다. 보드게임할 사람을 모집하는 글이 가끔씩 올라오긴 했으나 댓글만 달리고 시들시들한 게 대부분이라 큰 기대는 안하고 있었습니다. (아니면 나이대가 맞지 않거나 흑흑흑)
이번에도 약간의 기대와 함께 채팅 방에 입장했는데… 오 대화가 활발합니다. 입장하자마자 어디서 만날지, 몇 시에 만날지 대화가 오고 갔고, 결국 서울의 한 대학가 근처 xx 백화점 앞에서 오후 5시쯤 사람들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오! 당근마켓에서도 벙개 모집이 가능하구나! 그것도 내가 좋아하는 보드게임을 집 근처에서! 완전 좋은데!?
저 포함 총 4명이 첫 모임을 가졌습니다. A, B, C 그리고 나… A와 B는 서로 친구랍니다.
처음엔 쉬운 게임이 좋을 거 같아 노땡스 라는 게임을 했습니다. 서로 간의 보드게임 성향을 파악해야 되기도 하고 단계별로 난이도는 올려야 해서 제가 처음 보는 사람들과 친해지기 위해 하는 게임들이 몇 개 있는데 그래서 노땡스 골라 가볍게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두 번째 게임으로 스플렌더를 했지요. 신기하게도 다들 할 줄 아시네요. 입문 전략으로 많이 하시는 게임인데 전 사실 그리 좋아하지는 않지만 일종의 접대용(?) 게임으로 스플렌더 하는 사람들이 많으니 친해지기 위해 룰은 마스터해 놓았죠..
그렇게 두 시간이 훌쩍 지나 첫 모임을 마치게 되었고, 다들 재미있었는지 4명이서 단톡방을 만들었습니다. 저는 근 시일 내에 두 번째 모임이 성사되기를 기대했지만, 코로나19 가 확산세여서 모임이 좀 시들해졌습니다. 그 사이 단톡방에서 C는 나가게 되었습니다.
제가 룰 마스터를 하면 되니 3인 게임으로 몇 가지를 준비했고 어찌어찌 두 번째 모임이 성사되었습니다. A, B, 저 이렇게 3명이서 게임을 했습니다. 다들 게임을 어느 정도 하시니 석기시대가 괜찮을 거 같아 돌려봤는데 반응이 꽤 괜찮았고 다들 재미있게 했습니다. B 이분이 게임 이해가 빠르고 게임 잘하시고 약간 조용한 성격, A 이분은 상대적으로 게임이 조금 느리지만 그래도 잘 따라와 주시고 리액션이 좋네요. 뭔가에 공감을 되게 잘 해 주시고 솔직하신 분입니다.
그 외 렉시오, 루미큐브 마지막으로 다빈치 코드로 마무리하고 두 번째 모임이 거의 마무리 되어가는 분위기였습니다. 그러다 자신이 하고 있는 일에 대한 서로의 이야기를 하게 되었는데 A란 분은 대학원생이고 학원 강사를 임시로 하고 있었고 여러 고충을 이야기하더군요. 저도 학원 관련 일을 잠깐 해 본 경험이 있어 세상에 정말 쉬운 일은 없는 거 같다. 등등 뭐 이런저런 이야기 오고 가고 재미있었습니다.
사실 B란 분이 뭘 하시는 분인지 지금도 모르겠지만 분위기 좋을 때 이런 질문을 던져 옵니다.
“혹시 편견 있으세요?”
사실 굉장히 생뚱맞은 질문이었습니다. “에? 뭐에 대한 편견이요?” 되 물어도 B는 똑같은 질문을 반복해 옵니다. ‘편견 있으세요?’ 라고… 저는 뭐에 대한 편견을 말하는 건지 모르겠다. 주제가 뭔지… 하지만 전 편견은 없다고 생각한다고 이야기를 했습니다. 그러자 B가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사실 게임 너무 재미있게 했고 다음에 또 만나고 싶은데 편견 때문에 다시 못 만날 거 같아서 이야기합니다. 사실 저희는 신X지 인데 우리 교회에 대한 인식이 너무 안 좋아서 걱정입니다.”
그런데 이렇게까지 듣고 나서도 제가 생각해도 바보 같은 게 신X지 가 뭔지 정확하게 알지 못했고 속으로 ‘도를 아십니까? 인가?’ 그렇게 착각하고 대화를 이어갔죠. 전 종교에 대한 편견은 없으니 걱정 말라는 이야기와 함께 두 번째 모임을 마치고 집에 왔습니다. 제가 무교라서 그런지 종교에 대해서 이렇게 무지합니다. T.T
그리고 집에 와서 정말 밤새도록 검색을 합니다. 그들만의 포교법부터 시작해서… 신X지가 사이비 종교라는 것을 알게 됩니다. 그리고 한편으로 내가 했던 말을 떠 올리게 됩니다.
‘전 편견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전 이것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이대로 연락을 끊어버리고 편견이 있는 사람이 되는 게 싫었습니다. 정말로 편견이 없다는 걸 알려주고 싶었을 뿐… 그래서 그들이 신X지 인 것을 알고도 몇 번 모임을 이어갑니다. 하지만 몇 번 보드게임 모임을 더 하고 나서 결국 제가 손절을 하게 되었습니다. 휴…
만나면서 느낀 건 A란 분은 다른 사람 이야기에 쉽게 공감하고 의지하는 성격으로 보였고, B라는 분에게 이끌려 점점 신X지의 길로 빠져들고 있는 중이라는 게 여러 군데에서 느껴집니다. A라는 분만 따로 만나서 단호하게 이야기해 주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뭐 서로 연락처 교환도 안했고, 연락수단은 다 같이 있는 단톡방 뿐이었죠. 연락처 따로 달라고 하기도 뭐하고 암튼 연락할 수단이 없다는 게 문제였죠.
B라는 분은 조용조용한 편이나 게임하는 걸 보면 금세 곧잘 하고 솔직히 이해력이 좋고 똑똑합니다. 후; 그런데 이 분이 어느 날 노트북을 들고 오더니 보드게임 모임이 끝나고 나서 저 보고 강의를 하나 듣자고 합니다. ‘행복이란 무엇인가?’ 였나? 암튼 요청에 못 이겨 인터넷 강의도 한번 들어 줬습니다. 그러고는 강의를 주기적으로 듣자부터 무슨 프로그램이 있는데 같이 하자, 만나서 보드게임만 하는 것보단 이런 강의도 듣는 것도 좋지 않겠냐 등등 절 포교의 대상으로 봤는지 이것저것 너무 귀찮게 합니다. 그 이후로 단톡방을 나가고 손절해 버렸습니다.
한편으로 A란 분은 좀 측은한 마음이 듭니다. 이 분은 정말 보드게임을 좋아하셨던 분이고 미래 진로에 대한 고민이 많았던 대학원생이었는데… A와 B는 정말 친구 사이였을까?